2022년 공개된 SF 드라마 『더 페리퍼럴(The Peripheral)』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주목받은 작품입니다. 가상현실과 시간여행, 그리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 리뷰에서는 작품의 스토리, 연출, 메시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도 함께 소개합니다.
‘더 페리퍼럴’은 어떤 이야기인가?
『더 페리퍼럴(The Peripheral)』은 2022년 아마존 프라임에서 방영된 SF 드라마로, 윌리엄 깁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사이버펑크의 대부로 불리는 깁슨의 철학적 세계관이 담긴 이 작품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니라 "미래가 현재를 어떻게 조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파격적인 상상력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 미국의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플린 피셔(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가 몰입형 VR 게임을 체험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 게임은 단순한 가상현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원격으로 미래 런던의 육체를 조종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구성의 독창성 – SF 장르의 패러다임 전환
『더 페리퍼럴』은 SF 장르의 고전적인 틀을 깨트린다. 우리는 익숙하게 미래를 다룬 작품들에서 ‘현재 → 미래’로 향하는 시간의 흐름을 본다. 그러나 이 작품은 ‘미래 → 현재’의 정보 개입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둔다. 이는 매우 도발적이다.
미래의 인물들이 과거(즉, 현재의 플린과 그녀의 가족)와 소통하며 사건을 조작하고, 정보를 통해 세계를 리모델링한다. 이로써 "시간은 절대적인 흐름이 아니다"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특히 ‘잭팟’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붕괴 이후의 미래 묘사는 코로나19 이후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상당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시각적 미학과 연출력 – 미니멀함 속의 디스토피아
『더 페리퍼럴』의 시각적 구성은 실로 뛰어나다. 미래 런던의 모습은 우리가 기존 SF에서 봐왔던 화려한 네온과 복잡한 기계 문명과는 결이 다르다. 대신 무채색의 조용한 절제, 고요한 공포가 깔려 있다.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유산을 계승한 듯한 미니멀리즘은,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더욱 강하게 자극한다.
연출은 섬세하고 정교하다. 시골 마을의 따뜻한 톤과, 미래 런던의 차가운 무드는 극명하게 대비되며, 주인공 플린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특히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들에선 몽환적이고 불쾌한 감정이 스며든다. 관객은 결국 “지금 이 순간이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물과 서사 – 여성 서사의 새로운 확장
플린 피셔는 단순한 희생양이 아니다. 그녀는 게임처럼 느껴졌던 현실의 이면을 마주하면서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싸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또 미래를 바꾸기 위해. 그녀의 여정은 '무력한 히어로'가 아닌 '성장하는 인간'의 모습에 가깝다.
또한 남성 중심의 SF 장르에서 드물게, 여성 중심의 서사 구조를 보여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플린, 그녀의 엄마, 친구들까지도 입체적인 성격을 지녔고, 단지 플롯을 위한 장치로 소비되지 않는다. 이는 작품이 지닌 페미니즘적 색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철학적 메시지 – 정보는 신이 될 수 있는가?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정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이다. 미래에서 온 정보, 데이터를 통해 현재의 선택이 변화하고, 그 변화가 또 다른 미래를 만든다. ‘잭팟’은 단순한 환경 재앙이 아니라, 인간이 불균형한 정보와 탐욕으로 만든 종말이다.
『더 페리퍼럴』은 말한다. “미래는 예정되어 있지 않다.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이 철학은 SF적 상상력 너머, 오늘날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함께 보면 좋을 작품 추천
- 《웨스트월드》(Westworld) –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HBO 드라마.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자아를 찾는 여정을 그린다.
- 《블랙 미러》(Black Mirror) – 기술의 미래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독립적인 에피소드들. ‘The Peripheral’과 유사한 주제를 다룬 회차 다수.
- 《디브스》(Devs) – 시간과 예측, 인간의 자유의지를 다룬 철학적인 SF. 서사 구조가 비슷하고 분위기 또한 묘하게 닮아 있다.
-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 – 원작자 윌리엄 깁슨의 대표작. 사이버펑크의 기원이 된 문학 작품으로, ‘The Peripheral’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미래 사회와 인공지능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
- 현실과 가상, 철학적 사유를 즐기는 관객
- 단순한 SF가 아닌, 구조적이고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시청자
- 클로이 모레츠의 색다른 연기를 보고 싶은 팬
- 《웨스트월드》나 《블랙 미러》 스타일의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
우리는 어떤 미래를 보고 싶은가?
『더 페리퍼럴』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경고이자 가능성, 거울이자 창문이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과거를 돌아보며 오늘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며 오늘을 바꾸는 것. 그것이 『더 페리퍼럴』이 진짜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