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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2019) : 갇히는 순간, 진실이 시작된다

by 킴딩 2025. 3. 26.

 

 

2019년 아르헨티나에서 제작된 영화 『4x4』는 단 두 인물과 하나의 자동차만으로 극한의 긴장감을 이끌어낸 스릴러입니다. 고정된 공간, 제한된 시간, 단순한 플롯이라는 세 가지 제약 안에서도 놀라울 만큼 몰입감 있는 연출을 보여주며, 현대 사회의 도덕성과 정의,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이 리뷰에서는 『4x4』가 어떻게 그 단순함 속에서 무게감을 전하는지, 어떤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자동차 안에 갇힌 남자

영화는 놀랍도록 빠르게 시작합니다. 범죄 경력이 있는 한 남자, 시로(피터 란사니 분)는 아무렇지 않게 거리의 SUV 차량을 터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차량 내부로 들어선 그 순간, 문이 잠기고 창은 무반응, 외부와의 통신은 불가능한 감옥 같은 자동차에 갇히게 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누가 이 덫을 설치한 것일까요? 단순한 범죄물처럼 시작된 이 이야기는, 이내 도둑과 피해자, 가해자와 방관자, 시스템과 개인이라는 복잡한 도식 속으로 빠져듭니다.

 

폐쇄적 공간을 무대로 한 서스펜스

『4x4』는 거대한 세계를 말하면서도 단 하나의 공간만을 사용합니다. 이 영화의 90% 이상은 한 대의 SUV 내부에서 벌어지며, 인물의 동선은 운전석과 뒷좌석, 트렁크 공간 정도로 제한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심리적 긴장감과 이야기의 전개를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차량 내부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주인공 시로는 점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너져 갑니다. 마실 물이 부족해지고, 배설 문제와 더불어 생명의 위협까지 다가오면서 그는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립니다.

이처럼 『4x4』는 단순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 인간 드라마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갇혔을 때 비로소 보게 되는 것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도덕과 복수 사이 – 누가 옳은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시로가 갇히게 된 차량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닙니다. 주인인 의사가 자신도 모르게 계속 차량을 털리는 데 지쳐, 직접 고급 방어 시스템을 설치한 결과물입니다. 결국 시로는 합법적이진 않지만, 정서적으로는 공감되는 방식으로 벌을 받게 되는 셈이죠.

하지만 여기서 관객은 갈등에 빠집니다.

  • “정말 이런 방식의 자력 구제가 정당할까?”
  • “시로가 나쁜 사람이라면, 그를 이렇게까지 응징하는 것도 괜찮은가?”
  • “사회의 시스템은 왜 이 사람을 반복해서 죄의 굴레로 몰았는가?”

이처럼 『4x4』는 단순한 도둑 이야기가 아니라, 법, 복수, 윤리, 책임이라는 복잡한 층위를 교차시키며 관객을 심리적 딜레마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시로라는 인물 – 악당인가, 피해자인가?

주인공 시로는 처음에는 전형적인 범죄자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무심하게 범죄를 저지르고, 죄책감도 없어 보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한 인간’으로 다가옵니다. 가족이 있었고, 과거가 있었으며, 가난과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렇게 살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영화는 시로의 심경 변화를 매우 섬세하게 그립니다.

  • 처음엔 탈출에만 몰두하던 그가
  • 점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 결국 눈물과 분노, 체념, 후회 속에서
  • 인간 본연의 ‘두려움’에 마주하게 되는 과정.

『4x4』는 악인을 악인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조명합니다.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

이 영화는 단지 시로와 차량 주인 간의 개인적인 갈등이 아닙니다. 아르헨티나 사회 전반에 깔린 구조적 폭력, 빈부격차, 법적 무력함, 정의의 왜곡을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특히 차량 주인이 전화로 시로에게 말하는 대사 하나하나는 분노와 냉소, 체념과 오만이 뒤섞인 현대인의 초상처럼 느껴집니다.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아?”


하지만 시로 역시 말합니다.

“너희 같은 사람들이 만든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는지도 알긴 하냐?”


이 대화는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인간 존재를 둘러싼 철학적 대립이기도 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추천

  • 《폰 부스(Phone Booth, 2002)》 – 한 통의 전화를 끊지 못하고 전화부스에 갇힌 남자의 심리 스릴러.
  • 《록(LOCKE, 2013)》 – 자동차 안에서 벌어지는 단 한 남자의 이야기. 삶의 모든 결정이 통화로 이루어진다.
  • 《127시간(127 Hours, 2010)》 – 갇힌 공간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고립의 서사. 실화 기반.
  • 《큐브(Cube, 1997)》 – 공간이 사람을 규정하고, 인간 본성을 시험하는 심리 SF 스릴러.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긴장감 있는 밀실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
  • 도덕, 윤리, 정의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찾는 사람
  •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원하는 시청자
  •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긴박감을 즐기는 관객
  • 회 구조와 인간 본성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사람

 

당신이 진짜로 갇힌 것은 무엇인가?

『4x4』는 단순한 범죄자가 한 대의 SUV에 갇히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모두가 갇혀 있는 사회의 구조, 선입견, 감정을 드러내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말합니다.

"누군가를 갇히게 만들기 전에, 당신은 무엇에 갇혀 있지 않은가?"

당신이 갇힌 세계는 SUV 안일 수도 있고, 당신이 만든 정의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마주하는 건, 생각보다 더 무섭고 깊은 체험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