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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메뉴(2022: '진실'이 요리된다

by 킴딩 2025. 3. 28.

 

 

『더 메뉴(The Menu)』는 2022년 개봉한 블랙 코미디 스릴러 영화로, 미식과 예술, 계급과 위선을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비틀며 관객에게 충격과 통찰을 동시에 안기는 작품입니다. 단 한 끼의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마주한 셰프가 준비한 것은 단지 요리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음식’을 수단으로, 현대 사회의 허위, 허영, 소비주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강렬한 풍자와 비판을 요리해냅니다.

 

줄거리 요약 – 초대받은 자들, 먹히는 자들

부유층만이 초대받을 수 있는 외딴 섬의 고급 레스토랑 ‘호손(Hawthorne)’. 전 세계에서 유명한 셰프 슬로윅(랄프 파인즈)가 이끄는 이곳에서, 여섯 커플의 손님이 정성껏 준비된 ‘완벽한 요리 코스’를 즐기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러나 이 식사는 곧 ‘공포의 만찬’으로 변합니다. 매 코스가 제공될수록, 손님들의 정체와 과거가 드러나고, 셰프는 그들을 단죄하기 위한 기묘한 퍼포먼스를 펼칩니다. 마치 요리가 고백이 되고, 심판이 되고, 의식이 되는 공간에서 관객은 묻게 됩니다.

 

“누가 진짜 먹히고, 누가 요리하는가?”

 

장르의 정체성 – 공포도, 스릴러도, 코미디도 아닌 오직 ‘풍자’

『더 메뉴』는 한 장르로 규정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초반에는 미식 다큐처럼, 중반부터는 서스펜스 스릴러처럼, 후반부에는 블랙 코미디처럼 전개됩니다. 그러나 전체를 아우르는 기저엔 ‘풍자’라는 블레이드가 예리하게 깔려 있습니다.

음식 비평가, 억만장자, SNS 셀럽, 영화 배우, IT 재벌 등… 하나같이 ‘실체 없는 허영’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이며, 슬로윅 셰프는 그들의 위선을 요리를 통해 하나하나 해체합니다.

 

관객은 처음엔 그들을 불쌍하게 여기지만, 곧 그들도 결국 이 사회의 불균형과 소비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임을 알게 됩니다.

 

인물 분석 – 슬로윅 vs. 마고

● 셰프 슬로윅 – 창작에 지친 예술가이자 복수자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슬로윅은 요리를 예술로 끌어올린 천재 셰프이지만, 그는 미식이 상품이 되고, 소비의 대상이 된 현실에 환멸을 느낍니다. 그의 요리는 더 이상 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변모했습니다.
그는 단지 음식을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중독된 이들을 '정신적으로 요리’하려는 자입니다.

● 마고 – 유일하게 시스템 밖에 있는 인물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는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 동행자로 온 외부자입니다. 그녀는 셰프와 손님들 사이의 경계에 있는 인물로, 슬로윅의 질문에 가장 적절한 대답을 던지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녀는 영화 속 ‘햄버거’ 장면에서 말합니다.

“그냥 배고파요.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어요.”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을 찌릅니다. 진짜 배고픈 건 위장이 아니라, 감정과 인간성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이라는 은유 – 미식은 무엇을 말하는가?

『더 메뉴』에서 요리는 단순한 배 채움의 수단이 아닙니다.

  • 첫 번째 코스는 정형화된 ‘작품’을 먹는 행위의 허무함
  • 두 번째 코스는 셰프의 과거를 강요하는 감정 조작
  • 세 번째 코스는 희생을 통한 완벽주의의 병리
  • 디저트는 말 그대로 “전부 태워버리는 의식”

각 요리는 현대 사회가 감정 없이 정교하게 포장해낸 ‘가짜 예술’의 형태를 상징합니다. 이런 요리는 결국 아무도 배부르게 하지 못합니다.

 

비판하는 대상 – 엘리트주의, 자본, 그리고 위선

영화는 여러 사회 계층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 비평가는 예술을 점수로만 평가하며, 창작자를 소모합니다.
  • 투자자는 요리를 돈으로 사고, 셰프를 착취합니다.
  • 셀럽은 음식 사진만 찍으며 ‘진짜’는 보지 않습니다.
  • 배우는 자신의 영향력을 대가로 면죄부를 받으려 합니다.

슬로윅 셰프가 분노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이들은 음식을 ‘경험’하지 않고, 단지 ‘소유’하려 한다.”

이는 단지 미식 세계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예술, 모든 노동, 모든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보편적 통찰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추천

  • 『기생충 (2019)』 – 계급과 생존, 위선을 날카롭게 드러낸 한국 영화의 걸작
  • 『더 스퀘어 (2017)』 – 현대 예술계의 위선과 엘리트 의식에 대한 블랙 코미디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5)』 – 인간의 본능과 생존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서사
  • 『나이브스 아웃 (2019)』 – 부유층을 비튼 미스터리와 계급 풍자의 조합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사회 풍자와 블랙 코미디를 즐기는 관객
  •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가진 분
  • 예술과 상업, 창작과 소비의 경계를 고민하는 사람
  • 미식, 셰프,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그 이면에 대해 궁금한 이들
  • 안야 테일러 조이, 랄프 파인즈의 강렬한 연기 앙상블을 감상하고 싶은 영화 팬

 

결론 – 결국 인간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한 끼’

『더 메뉴』는 요리를 매개로 자본주의, 예술, 계급, 인간성의 본질을 해체하는 작품입니다. 음식이 예술이 되는 순간,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은 진심을 잃기 시작합니다. 슬로윅 셰프는 그것을 경고하려 했고, 마고는 햄버거 한 입으로 그것을 증명해 냅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원한다면, 거기에 진심을 담아라. 사람도, 삶도, 그렇게 요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