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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2019) : 믿는 순간, 현실이 된다

by 킴딩 2025. 3. 26.

 

 

『글래스(Glass)』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이스트레일 177 삼부작’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언브레이커블(2000)』과 『23 아이덴티티(2016)』에 이어 초능력과 정체성의 경계를 탐구한 독특한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마블이나 DC의 히어로 이야기와는 전혀 다릅니다. ‘슈퍼히어로란 존재가 현실 속에서도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중심으로, 인간성과 믿음, 사회의 통제 욕망에 대한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리뷰에서는 『글래스』가 전달하고자 했던 철학, 서사적 시도, 그리고 캐릭터에 담긴 복합적인 의미들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비범한 자들과 그들을 믿지 않는 세상

『글래스』는 세 명의 특이한 인물이 정신병원에 수용되면서 시작됩니다.

  •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 초인적인 힘과 감지 능력을 가진 ‘언브레이커블’
  • 케빈 웬델 크럼(제임스 맥어보이): 24개의 인격을 가진 ‘호드’
  • 엘리야 프라이스(사무엘 L. 잭슨): 천재적인 두뇌를 지녔지만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뼈를 가진 ‘미스터 글래스’

이 셋은 과연 진짜로 초능력을 지닌 존재일까? 아니면 단지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는’ 정신질환자에 불과할까?

정신과 의사 엘리 스테이플 박사(사라 폴슨)는 이들을 치료하며 그들의 '초능력 환상'을 깨부수려는 시도를 합니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초능력 vs. 환상, 신념 vs. 과학, 현실 vs. 상징이라는 첨예한 대립을 시작합니다.

 

히어로 장르의 해체와 전복

『글래스』는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와 구조부터 다릅니다. 대규모 전투, 화려한 특수효과, 악당과 영웅의 단순한 대결은 없습니다. 대신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란 존재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는 어떤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스트레일 177 삼부작은 처음부터 “히어로는 어디에나 있다”는 주제를 밀도 있게 그려왔습니다. 특히 『글래스』에서는 사회가 어떻게 비범함을 억압하고, 통제하며, 지우려 하는지를 드러냅니다. 엘리 스테이플 박사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초능력을 부정하는 집단’이라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이로써 영화는 단순한 심리극을 넘어 신화와 사회 시스템의 충돌이라는 거대한 구조로 확장됩니다.

 

세 인물, 세 철학

● 데이빗 던: 고요한 정의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데이빗은 정의의 상징이지만, 기존 히어로들과 달리 과장된 능력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는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이며, 무력과 정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입니다.

● 케빈/호드: 내면의 괴물과 소년

제임스 맥어보이는 24개의 인격을 넘나드는 경이로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캐릭터는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다층적인 자아를 상징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의 낙인을 은유합니다.

● 미스터 글래스: 설계자, 창조자, 반영웅

엘리야는 ‘영웅이 있다면 반드시 악당도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병약하지만 지적으로는 누구보다 강력하며, 세상을 ‘각성’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합니다.

 

상징과 철학 – 진짜 ‘능력’은 무엇인가?

영화는 끝내 ‘이들이 진짜 초능력을 지닌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완전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중요한 것은 그들이 믿었고, 세상에 메시지를 남겼으며,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마치 신화 속 영웅처럼, 실제 존재 여부보다 이야기의 힘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영화는 현대 사회가 비정상적인 존재를 얼마나 배척하고 두려워하는지 보여줍니다.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기준화하고, 제도화하려는 세상에서 ‘다름’은 곧 위험이 되기 때문이죠. 결국 『글래스』는 묻습니다.

 

“우리는 왜 특별한 존재를 인정하지 못할까?”

 

엔딩과 반전 – 그리고 전설이 되다

샤말란 감독 특유의 반전은 마지막까지 관객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엘리야가 마지막 순간에 준비해둔 ‘진짜 계획’은 단순히 음모가 아니라, 세상에 ‘영웅’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퍼포먼스였습니다. 이로써 세 인물은 죽음 이후에도 전설로 남게 되고, 새로운 믿음의 씨앗이 퍼지게 됩니다.

 

이 엔딩은 우리가 ‘슈퍼히어로’를 믿고 싶어 하는 이유, 세상 어딘가에 정의가 있다는 희망을 되살려 줍니다. 아울러, 우리를 억누르는 구조 속에서도 진실은 결국 살아남는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추천

  •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2000)』 – 이 시리즈의 시작. 데이빗 던의 각성과 히어로로서의 정체성 탐구.
  • 『23 아이덴티티(Split, 2016)』 – 케빈/호드의 기원을 다룬 전작. 제임스 맥어보이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 『왓치맨(Watchmen, 2009)』 – 현실의 영웅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두울 수 있는지 탐색하는 작품.
  • 『조커(Joker, 2019)』 – 사회에서 외면당한 개인이 어떻게 전설이 되는가에 대한 다크한 서사.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슈퍼히어로 장르에 새로운 철학적 시선을 찾는 사람
  • 심리극, 상징주의, 반전 서사를 좋아하는 관객
  • 브루스 윌리스, 제임스 맥어보이, 사무엘 L. 잭슨의 밀도 높은 연기를 감상하고 싶은 팬
  • 마블이나 DC와는 다른 저예산 히어로 세계관의 미학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
  • 인간성과 신념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찾는 시청자

 

히어로는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가?

『글래스』는 단순히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작품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믿음의 힘’, ‘다름의 가능성’, 그리고 ‘신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믿는 순간, 우리는 변화할 수 있고, 우리가 마주한 세상도 변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말합니다.
"히어로는 특별한 능력이 아닌, 특별한 믿음에서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