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더 로스트 도터(2021): 당신은 좋은 엄마인가요?

by 킴딩 2025. 4. 6.

 

 

 

《더 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는 매기 질렌할의 감독 데뷔작이자, 엘레나 페란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심리 드라마입니다. 2021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수상, 아카데미에서도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모성에 대한 낭만적 환상을 걷어내고, 여성 내면의 갈등과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이 영화는 “엄마는 무조건 위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며 죄책감, 자유, 자아실현, 그리고 상처를 이야기하는 감정 중심의 수작입니다.

 

줄거리 요약 – 휴양지에서 만난 낯선 가족, 그리고 과거의 자신

대학 교수이자 문학 번역가 레다(올리비아 콜맨)는 홀로 그리스 해변 휴양지를 찾습니다. 조용히 책을 읽고 일하며 보내는 시간을 기대하지만, 곧 현지의 대가족 여행객들과 얽히게 됩니다.

그녀의 시선은 한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와 그녀의 딸에게 자꾸 머뭅니다. 니나의 행동과 감정은 레다의 과거, 즉 자신의 젊은 시절과 두 딸을 두고 떠났던 기억을 자극하게 되고 점차 그녀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감정적으로 무너져갑니다.

한 편의 유실된 인형을 통해, 레다의 상처와 선택, 죄책감, 그리고 모성의 의미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모성의 진실 – ‘좋은 엄마’라는 허상에 대하여

이 영화는 모성을 절대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이상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 레다는 자신이 ‘딸들을 사랑했지만,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 그녀는 젊은 시절 자신의 경력과 자유, 욕망을 위해 아이들을 떠났던 경험이 있습니다.
  • 그 기억은 니나와 딸을 보는 현재의 시선 속에서 점점 구체화되고,
  • 결국 그녀는 그 기억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의 본질을 다시 마주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많은 여성 관객에게 충격적이거나, 혹은 숨겨진 감정의 대리표현으로서 해방감을 안겨줍니다.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어.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야.”

 

레다라는 인물 – 모성, 여성, 개인이라는 퍼즐 조각

레다는 복잡한 인물입니다.

  • 겉보기엔 성공한 학자이자 세련된 중년 여성
  • 그러나 내면은 상실, 죄책감, 후회, 자기애, 회피로 얽힌 정서의 덩어리
  • 그녀는 과거에 ‘자유로운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를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그녀를 심판하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해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며 관객 스스로 ‘모성’과 ‘자아’의 경계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녀가 우리 안의 감정을 꺼내준 것일까?”

 

인형의 상징 – 잃어버린 존재, 숨겨진 감정

영화에서 레다는 니나의 딸이 잃어버린 인형을 몰래 훔칩니다. 이 행위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 과거 자신의 딸과의 관계
  • 떠나왔던 시간에 대한 죄책감
  •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은유적 집착으로 읽힙니다.

인형은 곧 자신이 버렸던 무언가의 ‘의인화’, 그리고 “다시 돌려줄 수 없지만, 품고 있어야 하는 감정”의 상징입니다.

 

연출과 연기 – 고요함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의 폭풍

매기 질렌할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여성의 내면을 고통스럽도록 정직하게 표현합니다.

  • 카메라는 때론 숨 막히게 가까이에서, 때론 의도적으로 멀리서 관찰
  • 색감은 풍요롭지만 어딘가 공허하고 차가움이 깃들어 있음
  • 대사는 절제되어 있으나, 배우의 표정과 시선이 모든 감정을 말해줍니다

특히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는 감정의 끝단을 자극합니다. 거대한 폭발 없이, 표면의 잔잔한 파동만으로 모든 고통을 전달하는 명연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작품 추천

  • 《블루 발렌타인 (Blue Valentine, 2010)》 관계와 사랑의 해체, 개인의 감정 충돌
  • 《더 리더 (The Reader, 2008)》 과거의 비밀, 윤리적 회색 지대
  •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8)》 여성의 자유와 욕망, 전통적 역할에서의 반항
  • 《줄리에타 (2016)》 모성과 거리, 감정의 간극
  • 《더 나이트 하우스 (2020)》 상실과 자아, 고립된 공간에서의 내면 탐색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모성이라는 주제를 낭만적이지 않게 바라보고 싶은 관객
  • 여성의 자아와 감정, 욕망을 깊이 탐색하는 영화를 찾는 분
  • 심리 중심 서사, 내면 중심 연출에 익숙하거나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
  • 정적이지만 파괴적인 감정 드라마를 선호하는 영화 팬
  • ‘나는 괜찮은 부모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 적 있는 이들

 

결론 – 잃어버린 것은 딸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더 로스트 도터》는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모두의 안에 숨어 있는 감정의 그림자, 그리고 엄마라는 역할이 감춰온 자아의 속삭임을 꺼내 보여줍니다.

“좋은 엄마가 아니라도 괜찮다.
때로는 스스로를 찾는 것이, 가장 용감한 선택이니까.”